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2019년 4월 이들이 불구속 기소된 지 약 2년 만입니다.
재판부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선 김 전 장관에게 유죄를, 신 전 비서관에겐 무죄를 선고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오늘(9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에서 구속되어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장관은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자가 탈락하자 면접에서 모든 후보자를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하고 재공모를 하게 한 혐의,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나 환경부 추천 내정자들을 사전에 지원한 혐의 등에 대해선 일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신 전 비서관이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서류심사에 탈락하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소명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어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거부한 환경공단 상임감사를 압박하기 위해 표적감사를 한 혐의에 대해선 직권남용죄는 무죄로, 강요죄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탈락하자 환경부 국장을 문책성 전보인사 조치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산하 공공기관 임원) 지원자들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으며 지원자와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며 "산하 공공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전 장관의 이런 원칙 없는 인사로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됐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위축감을 느끼게 했음은 자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관련법이 시행된 이후에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 대대적인 사표 징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설령 이전 정부에서도 지원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명백히 타파돼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지 김 전 장관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은 사표 징구 계획과 내정자 지원 행위를 자신이 지시한 게 아니라 환경부 공무원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표적감사를 일체 부인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선 "임원 공모에 지원한 130여 명의 지원자에게 허탈감을 안겼고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야기했단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청와대나 환경부가 내정자를 정한 적이 없고 지원 행위는 환경부 공무원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면서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의 행위가 경제적 이익이 목적이 아님이 분명하고 청와대 비서관 직위에 비춰볼 때 내정자를 확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신 전 비서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강요해 이 가운데 13명이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사표 제출을 거부한 임원들에 대해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도 함께 받습니다.
이들은 또 2018년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자 박 모 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에 올라온 다른 후보자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받도록 하고, 대신 박 씨를 환경부 유관기관 대표이사로 채용하게 한 혐의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은 박 씨 탈락을 이유로 관계자들을 문책성 전보시킨 혐의,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소명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밖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공모에서, 장관과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자에게만 업무보고나 면접자료를 전달하는 등 특혜 채용에 관여한 혐의도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부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일순간에 무너뜨렸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측은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환경 정책이 수립돼 기존의 임원들을 교체할 필요성이 있었고, 특혜채용이나 소명서 작성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