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권
한국독도역사문화
아카데미 사무총장
필자는 몇 년 전 중앙일보에 매주 1회분씩 연재돼 100회로 마감된 백선엽 장군의 6·25 전쟁 발발 시 부터 끝날 때까지의 생생한 체험담을 쓴 연재물을 1회분도 빼놓지 않고 읽어보았다. 백장군은 회고록을 발간해 서울00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기도 했다. 최근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문제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 ‘친일 단죄론’과 ‘파묘(破墓)론’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백장군의 가족들이 국가보훈처에 찾아가서 “백 장군이 돌아가시면 장군 묘역이 아닌 6·25 참전용사들 묘역에 함께 잠들고 싶다”고 뜻을 전하니 국가보훈처가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측에 답변하기를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지금 여권 일각은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를 이장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친일파 낙인은 자신들이 찍는다. 이들이 친일파로 매도하는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파묘 당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훈처 측은 “단순히 법 개정 상황을 공유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현충원은 안 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백 장군 측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00세 호국 원로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두려운 일이다.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백선엽 장군이 6·25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
백 장군은 창군 멤버로서 6.25 전쟁 시 최악으로 알려진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 전투”에서 8000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 여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부하들이 겁을 먹고 진격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중에 백 장군은 “내가 후퇴하면 날 쏴라” 하면서 총을 들고 적진지를 뛰어들어 부하들이 용기를 내어 전투에 가세해 방어선을 지켜냈다. 백선엽 장군과 수많은 국군 장병들이 최후의 낙동강 방어선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딛고 사는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이 있게 됐다. 白장군은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평양 탈환 작전을 성공시켰으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공인된 ‘(6,25)전쟁 영웅’ 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도산 안창호)
국내외 전문가들은 “백장군의 6·25 전공(戰功)과 국군의 창설과 발전에 대해 재론의 여지없이 높이 평가 된다”는데 의견이 없다. 나라를 구한 ‘백선엽’을 누가 흔드나?
일제 때 간도 특전대 경력 논란에 대해 “독립군 다 떠난 후 부임하였기에 독립군과 싸운 적 없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휴전회담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군 최초 대장에 올라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맡으며 군 재건을 이뤄냈다. 이런 백선엽을 미군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한국군 장교’ ‘최상의 야전 지휘관’ ‘참모와 지휘관, 모두 탁월’이라고 평가했다.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전입신고를 했다. 단순한 ‘한·미 동맹의 상징’이 아니었다. 백 장군을 군 작전가로서 존경했다. 그런데 여권 지지 세력은 나라를 지킨 백 장군을 깎아내리려 한다. 그의 공훈에는 눈을 감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 잠시 복무한 기록만 부각시켜 ‘독립군 토벌 친일파’라고 한다. 이렇게 친일파 공격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자신의 부모가 진짜 친일파로 부역한 경우가 숱하게 드러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백 장군이 “당시 중공 팔로군과 싸웠고 독립군은 구경도 못 했다”고 했으나 이는 외면한다. 이 정부 광복회장은 “백선엽은 철저한 토착 왜구”라고 했고, 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백 장군을 ‘민족 반역자’로 불렀다. 육사는 백 장군 활약을 그린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의 훈장을 박탈하자는 주장이 나오더니 이제는 현충원 안장까지 시비를 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 장군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역으로 남침 공로로 북한에서 중용된 인물을 국군의 뿌리라고 한 일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이들이 백 장군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친일파 여서가 아니라 6·25 때 공산군과 싸워 이겼기 때문일 것이다. ‘친일파’라는 것은 대중의 반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안식처다. 백 장군이 현충원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니다. 6·25 때 백 장군의 지휘 아래 목숨을 바친 12만 명의 국군 선열이 통탄할 일이다.
현충일에 즈음해 백 장군과 같이 자유대한민국의 수호를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에게 추모의 묵념을 드리자. (고)모윤숙 시인은 6.25 당시 경기도 광주로 피난가면서 전투 중 목숨을 잃은 동료 병사를 추모하는 비목을 세우고 철모를 씌워둔 묘지(비목)을 보고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를 남겼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 한사람에게도 이렇게 예우해야 하거늘---,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6.25 참전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면서 호국 영령을 추모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