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교단을 지켜온 교육자이자 20여 년의 시력(詩歷)을 지닌 이기호 시인이 자신의 첫 번째 시집 '낙엽 수업'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교실의 낙엽 한 장에서 시작해 가족의 온기, 계절의 숨결까지 일상의 장면을 깊은 사유로 확장하며, 어렵지 않으면서도 오래 남는 문장,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이 특징인 작품집이다.
“설명보다 장면으로, 위로보다 침묵으로” 전하는 성찰
이기호 시인의 시 세계는 설명보다 장면으로, 위로보다 침묵으로 말하는 절제된 언어가 특징이다. 시인은 일상의 순간을 통해 관계와 기다림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강신주 문학평론가는 비평을 통해 "시인이 어떤 언어로 존재에게 옷을 입히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 이기호 시인은 진솔하고 담백한 언어와 '낯설게 하기' 수법을 통해 시적 언어의 깊이와 넓이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했다.
일상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
시집의 표제작 '낙엽 수업'은 교육자로서의 자세와 인생관이 집약된 작품이다.
"놓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는 낙엽의 이치를 학생들과 나누며 참된 교육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다. 또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의 잔소리마저 생의 신호로 기록한 2부의 시편들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생활 서정 시집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독자들을 위한 추천… “생활 밀착형 서정의 힘”
이번 시집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가독성이 높아, 생활 밀착형 서정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 공감할 만하다. 친근한 언어로 삶의 성찰을 전하는 만큼, 출판계와 교육계에서는 본 시집을 선물용, 필사용, 수업용 도서로도 추천한다.
강신주 문학평론가는 시집의 마지막 작품 '나무의 고백'을 언급하며, 시인이 "나무의 자세로만 견디겠다"는 소신을 통해 의연한 선비의 풍모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30년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성찰을 길어 올린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기호의 시, 삶을 건너다”
[작가 프로필]
이기호는 30년 이상을 영등포 문래동에서 거주하며, 고등학교 교단에 서 온 교육자이자 시인이다. 그는 일상의 장면과 교육 현장을 바탕으로 삶의 윤리와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내는 시를 써 왔다. 첫 시집 '낙엽 수업'에 수록된 대표 시 3편은 기다림과 배움, 관계의 의미를 조용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봄의 사용법
햇살을 데워
커피에 섞는다
가지 끝에서 터진 꽃이
내 하루를 휘저어 놓는다
봄이 몸 안으로 번져온다
나는 봄을 삼킨다
혀끝이 조금 쓰리다
살아 있는 게
이런 거라면
조금 더 쓰려도 괜찮겠다
봄은 그런 식으로
내 안에 침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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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호 작가 |
[추천사|작품 해설]
'봄의 사용법‘은 계절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묻는 작품이다. 시인은 봄을 소비하거나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맞이해야 할 시간으로 그린다. 시인은 성급한 기대 대신 느린 기쁨을, 과한 희망 대신 단정한 마음을 제안한다. 이 시는 우리가 삶을 얼마나 조용히 다루어야 하는 존재인지를 일깨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봄을 환희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대상으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이 시에서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다. 삶이 가장 부드러워질 때 오히려 가장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역설을, 시인은 고요한 언어로 설득한다.